
[책 선정 이유]
이 분의 블로그를 보면서 위로받았던 적이 참 많기 때문에, 혹은 시집을 보고, 혹은 출연하신 라디오를
들으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던 적이 잦기 때문에(…) 이정도면 팬이라고 보아도 되는 거겠죠?
그래서 신간 출시를 응원하고자, 그리고 ‘일기’라는 소재는 모두에게 친근하고 흥미로운 소재이기 때문에!
이번 독서모임의 책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독서 후기]
야심차게 세부 여행길에서 책을 읽는 것이 목표였었는데요, 제가 일정을 잘못 짠 바람에 책을 읽을 시간은 커녕 잘 시간도 부족했었네요… 그래서 세부보단 비교적 서늘하고, 많이 따스해진 서울에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여유 시간이 많고, 그래서 쉽게 골몰하게 되는 지금의 저에게 읽기 좋은 책이었어요. (여러분은 어땠나요?) 고민이 많지만 때로는 끊어둘 수 있고, 깊게 생각하되 담백하고 적당한 양을 취하는 작가의 태도가 매우(…) 닮고 싶었습니다. 어쩐지 작가의 사소한 취향이라던가 사고방식같은 부분에서도 ‘나와 비슷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그래서인지 더 이입하게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기’라는 것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또한 아무도 읽지않을 요량으로 쓰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들추어지길 바라는 점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출간하는 것이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고.. 그런 생각도 들었네요!
[인상 깊은 구절]
그러나 이번 순서에서는 나의 은밀한 것을 들키고 싶다는 마음보다도, 쓰기에 몰두했던 나날들에 대한 기록이 누군가의 쓰고 읽는 일에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쓰는 시간에 오롯이 혼자가 되는 일은 자신을 다 잃어버릴 각오를 하고 자신에게로 다가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8p
사람들은 나에 대해 성실하다는 말을 자주 건넨다. 너는 참 성실해, 어쩜 그렇게 부지런해? 성실함 빼면 시체라는 말. 나는 멋쩍에 웃으면서 그런가? 하고 뒤통수를 긁으며 그 말의 진의를 생각하다 발이 푹 빠진다. 나는 그냥 한 것일 뿐인데, 평소처럼 시키지 않은 일을 하고, 시키는 일을 했던 것 뿐이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성실함을 있는 힘껏 의심해보는 일일까?
17p
나의 하역장엔 오랫동안 정차되어 있던 트럭에 짐을 싣는 사람도, 짐을 내리는 사람도 모두 같은 색의 작업복을 입고 있다.
19p
나를 통과해 지나쳐 간 이야기들이 내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듯이, 나에게 오지도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내 것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만, 나는 그 기적의 펜스를 넘어본 적이 있다.
65p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잠이 들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태어나는 기분이라는 것은, 사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선험적인 경험일 것이다. 눈가에 눈물 대신 눈곱이 껴 있고, 계속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잠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은 회피하고 싶은 장면이 일상에 수놓아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잠으로 침투해서 태어나는 기분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죽는 기분이라는 것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169p
[작가/작품 리서치]
-4/18 무수책방에서 ‘쓰기 일기’ 북토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https://blog.naver.com/syhcompany/223400390719
-인물소개글이 뭔가 재밌어서 첨부합니다.. 제가 아는 것이 맞다면.. 스무살에 아주 일찍 등단하시고, 현재는 아침달에서 편집자로도 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자 서윤후는 1990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쭉 자랐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2009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충무로, 남가좌동, 북가좌동, 부천 중동을 거쳐 지금은 서울 고척동에 살고 있다. 어쩌면 서울살이가 첫 여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제자리로 돌아와 잘 살고 싶어서 자꾸 여행을 떠나는데, 번번이 다짐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더욱 자주 떠날 궁리를 한다. 현재는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첫 시집을 내고 많은 사람에게 빚을 지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의 마음과 문장으로부터 갚지 못한 것을 여행지에서 골똘히 궁리한다. 그 마음을 엽서 위에 오려 붙여 몇 마디 말 대신 전하기를 좋아한다. 귀여운 것에는 사족을 못 쓴다. 스마트폰을 들고 첨단을 졸졸 따라다니면서도 한 시절의 만화, 가요, 영화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키가 크지만, 키만 크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학창 시절 영어, 수학은 잘하지 못해도 수행 평가는 언제나 만점이었다. 글씨를 잘 쓰려고 노력하고, 색깔에 민감한 편이다. 기록 중독자라 매일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쓴다. 술 대신 커피를 좋아하고, 클럽보단 방구석 춤사위를 즐긴다. 결국, 쓰는 것이 모든 일의 제자리라고 생각한다.
[대화 주제]
-‘꿈의 출석부 부르기’가 독특한 약속같아서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최근 갑자기 몇년만에 온 연락에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기억하기 때문에, 한번 해봄직한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혹은 해본적 있는지!
-‘여름밤 광화문’이 왜때문인지 갑자기 훅 들어와서.. 그 분위기와 풍경이 눈에 어른거려서, 더 더워지기 전에 광화문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런 분위기가 인상적인 위치가 있나요?
-여러분도 일기를 쓰나요? 쓴다면 어디에 쓰는지,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는지, 언제부터 썼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일기를 쓰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발제]
최근에는 ‘내적 흥분’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시도 쓰지 않았고 책도 읽지 않았다. 아주 가벼운 감상만 지날 수 있도록 일상을 꾸렸다. 그랬더니 정말 마음은 평화로워졌다. 칸트처럼 시간을 쪼개어 정확히 쓸 수 없지만, 내가 소모하는 시간에는 에너지가 정확하게 작동하면 좋겠다.
…
그러나 나의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가장 가까운 증명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하지 않곡, 살아 있지 않다고 느끼며 지속하는 건강함은 얼마나 무례하고 무식해 보이겠는가.
…
이러한 선택은 당분간 쓰지 말아야지, 하는 나의 어떤 일회적인 결심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이다. 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는 이 아리송한 장면 안에 나는 프리즘이다. 모든 빛을 색으로 뒤덮음과 동시에 그것을 한데 모으면 어둠이다.
61p
혼자 있는 시간에는 여러 생각들이 겹치고, 때로는 그 시간이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다고 느낄 때도 있는데요. 이러한 ‘들여다보는 시간’ 혹은 ‘일기를 쓰는 시간’ 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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