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정이유]
1타 2피를 노리며 ‘풀이 눕는다’를 이번 독서모임의 책으로 선정했습니다..! 여러 곳에서 김사과 작가의 책을 많이 추천받았던 터라 이름은 익었지만, 한권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일었던 것도 한가지 요인입니다. 그리고 이 작가의 책을 추천해줬던 지인들이 ‘파격적이다’, ‘날것이다’ 와 같은 표현을 덧붙였었는데요. 잘 가다듬어진 것보다 ‘날 것의 사랑이야기’를 보고싶었던 참이라..이 책을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1타 2피가 큽니다. 제 검은 마음을 이해해주시길!!!
[독서소감]
책은 진짜 순식간에 완독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큰 문제였습니다.. 아뿔싸.. 서평을 찾아 읽어도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는 것입니다…… "20대가 가기 전에 청춘, 사랑, 예술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 소설은 돈 없는 어린애들이 사랑하고 노는 전형적인 청춘연애소설” 이라는 작가의 말을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요.. 도대체 어딜봐서 전형적인 청춘 연애소설인가요…?
화자는 돈을 버는 행위, 노동을 하는 것을 거부하고 욕구에 충실한 삶을 추구합니다.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쇠고랑이고, 모든 자유를 추구할 권리를 주장합니다. 하물며 죽을 자유까지요. 나도 이렇게까지 욕구에 충실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으나.. 화자의 너무 사회적이지 못하고 불쾌한 행동때문에 이야기에 완전히 이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독서소감2]
에세이 모임을 다녀오고 나서는 조금은 더 확장된 시선으로 책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요..) 완독 직후에는 너무 자기멋대로에다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주인공이 미친X로 보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맞는것 같기는한데..) 이 인물에 이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인물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게 이 책의 의의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톱니바퀴에 끼워져서 낭만을 잃고 사는게 아닌지, 아니면 반대로 이 인물이 현실감각을 너무 잃고 사는 것인지. 내가 꿈꿨던 이상이 진짜 이상이 맞을지. 맞다 틀리다를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나’를 벗어나서 풀과 함께 이야기를 바라보면, 확실히 ‘나’는 풀에게 유해한 인물은 맞았던 것 같습니다. ‘나’로 인해 풀이 죽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서도, 풀에게 유해한 영향 (가스라이팅..)을 많이 미치지 않았나. 풀과 '나'의 사랑을 바라보면 ‘나로 사는 것’과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나로 사는것’ 이 두가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mi]
* 작가의 본명은 방실이고, 김사과는 필명이라고 하네요. 본명도 만만찮게 특이하신..
* 2005년 22살 최연소의 나이로 등단했습니다. 등단작은 <영이>
* 김사과의 특징이라면 폭력을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합니다. 주로 등장인물이 동시대의 젊은이들이고, 그들은 반항심과 저항의식을 품고 있는 편이라고 하네요..
* 소설가 김영하의 제자입니다. (영화과 소속이었는데 김영하 작가의 권유로 서사창작과로 옮기게 되었다고)
* 풀이 눕는다는 작가가 25살일때 출간한 책.
* “요즘 20대가 희망도 별로 없이 우울하게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아무도 가능성 없다고 생각하는 시대착오적이고 낭만적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인이 되고 싶어 하고 돈 없이 살고 싶어 하고 사랑을 원하고…. 아무도 그런 것을 상상조차 못 하는데, 다른 삶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문학평론가 권희철씨는 “소설 속 인물들은 안정된 삶에 이르는 모든 장치를 제거하면서 바로 거기에서 ‘진짜 삶’ ‘순수한 삶’을, 사랑의 모습을 발견한다”며 “김사과가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은 ‘인간쓰레기를 위한 메시아주의’ ”라고 말했다. (먼소린가요…?)
* 우리가 읽었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도 풀이 눕는다의 언급이 있었어요! 기억하시나요?
김사과의 장편소설 <풀이 눕는다>(문학동네 펴냄)의 주인공들은, 갑자기 카메라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관객을 향해 이죽거리는 배우들처럼, 독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서로 속삭인다. ‘알지? 저렇게 되면 끝장이야.’ 그들이 강에 유출된 폐수 보듯 하는 부류의 인간은, 이 사회가 제공하는 삶의 방식들을 과격하게 의심해보지도 않고 그중 하나를 택해 얌전히 살아가는, 그런 인간이다. 이 소설을 읽고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우리가 지금 뭔가 잘못 살고 있다는 뜻이고,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가 계속 그렇게 살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 소설의 전제를 삼단논법으로 바꾸면 이렇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그런데 나는 잘못한 게 없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좆같은’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남자와 시를 쓰는 여자가, 그런 세상에 맞서서, 그들만의 예술과 사랑을 실험한다. ‘속물지배시대의 히피즘’이랄까. 오늘날 패션과 여행의 폼 나는 수식어로 타락해버린 히피즘 말고, 시스템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는 급진적인 ‘삶의 방식’으로서의 히피즘 말이다. 이 소설은 ‘이런 삶, 어때요?’라고 낭만적으로 묻고 있는 게 아니라 ‘삶은 이것뿐, 그 외엔 병신이거나 노예’라고 말한다. 바로 이런 결기가 이 소설에 폭발할 것 같은 진정성을 부여한다.“그러니까 돈 따위가 우리의 사랑을 파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것, 사랑 안에서 굶어죽겠다, 아름답게. 그게 내 꿈이었다.”(158~159쪽) 그러나 현실의 논리는 그 ‘꿈’을 박살내고 연인들은 몰락한다. 이 냉정한 현실 인식이 이 소설을 투정이나 치기와 구별되게 한다. 어떤 정신, 태도, 열정이 벽에 머리를 찧고 피 흘리며 비틀거리다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소설이다. 세상이 ‘좆같다’는 걸 모르는 혹은 알아도 목숨 걸고 대들어본 적이 없는 인간들은 믿지 않는다는 외침 소리가 들리는 소설이다. 이 작가는 어디에선가 나쁜 어른이 되지 않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어른의 어른이다. 바로 이런 사람이 소설을 써야 하고, 우리 나쁜 어른들이 그 소설을 읽어야 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 & 대화주제]
p151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우리는 서로를 아주 사랑해도 서로를 평생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불가능을 평생토록 절감하며 애쓰며 살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와 슬픔을 지니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그 내용이 떠오릅니다. 아래 구절에 공감했던 경험이 있나요? 저는 누군가가 전부 궁금하고, 이해하고 알고싶고, 그래서 그자체를 갖고싶고, 하지만 불가능하니까 억울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해서 먹는' 행위에 대해 묘사하는 '구의 증명', '본즈 앤올' 이 궁금하기도 했어요! 폭넓게 이야해봅시다.
나는 그를 너무 많이 사랑했다. 무한대의 문장을 사용해도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의 일부분도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무한대의 시간이 흘러도 나는 끝내 거기에 닿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게 내가 느낀 최초의 절망이었다. 그리고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난 절망에 빠지는가?
누구도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아름답다. 아무도 태양에 닿아본 적 없지만 태양은 계속해서 눈부시게 빛난다. 아무도 그런 것들 때문에 절망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나는 그에 대해 절망하는가. 왜 난 이해하기를 바라는가. 왜 그에게 닿기를 바라는가. 왜 알기를 원하는가. 왜 내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 채로 그냥 아름다울 수 없는가.
그건 끝도 없이 가라앉는 태양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끝도 없이 무너져내리는 세계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그 이상을 원했다. 그래서 자꾸만 다른 것들이 필요해졌고 점점 더 나는 균형을 잃어갔다. 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랑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게 그해 가을 내가 도착한 곳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빈곤에 도착했다.
p158 - ‘나’는 사랑에 최고가치를 두고있는 것처럼 보여요. 가장 소중하고, 아주 뜨겁고, 끓고, 간절한 것. 저 또한 그동안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에세이 모임에서는 ‘둘이 있을때보다 혼자 있을때가 더 나으면, 안 만나는게 더 좋은 것 같다. 이것이 척도가 된다.’ , 혹은 ‘나는 풀이 눕는다의 화자처럼 연애할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 느낌을 잘 모르겠다. 되려 뜨뜻미지근한 온도가 좋다. 연인은 동료같은 느낌이고, 그래서 이왕이면 강한 사람이 좋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패 (ex. 내가 수비캐라면 연인은 공격캐같은 느낌..)를 지닌 사람이 같이 있을때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으니까.. 강한 쪽과 편을 먹어야한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다. 다르다고해서 서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되는 느낌’ 라는 의견을 들었는데요.
이런 의견들이 흥미로웠어요! 풀과 ‘나’는 정반대인 사람이잖아요. 나와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같은 사람에게 끌리나요? 그리고 사랑이 반드시 뜨거운 것이어야하는건지, 마음이 식더라도 현상 유지에 노력하는 모습도 사랑이라고 볼 수 있는지. 사랑을 무생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잘못된건 아니지 않은지.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온도가 궁금해요.
그러니까 돈 따위가 우리의 사랑을 파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것. 사랑 안에서 굶어 죽겠다, 아름답게. 그게 내 꿈이었다.
[대화주제2]
* ‘1960년대 전후 미국과 유럽을 풍미했던 히피 문학을 2000년대 서울 한복판을 배경으로 펼쳐놓은 듯하다. 주류 사회의 논리와 상관없이 순수한 예술을 꿈꾸는 젊은 예술가의 성장 소설이며, 동시에 청춘의 무모한 사랑을 다룬 연애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의 기저에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 쾌락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냉소, 도저한 저항이 자리잡고 있다.’인터뷰에서 이런 구절이 나오는데.. 호밀밭의 파수꾼이 생각났습니다. 읽으면서 떠오른 다른 소설이 있나요?
* ‘이것은 쓰레기 같은 삶인가, 우리가 차마 꿈꾸지 못한 낭만인가?’ 인터넷에서 찾은 서평입니다. 책임없는 자유를 누리고싶었던 적이 있나요?
* 에세이 모임에서, 사랑이야기에 관한 책이지만 사랑을 빼고 읽어보라고 하셨었습니다. 사랑을 빼면 무엇이 남는 것 같은가요? 청춘?
[발제]
💁🏻♀️ 에세이 모임장님 : "김사과 작가의 인물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미나'를 보면 여고생이 사람죽이고 그런단 말이에요. 그러면 안돼요 여러분! 인물에 이입하기보다는 그 인물의 분노가 어디에서 기인했고 나는 어느 인간 군상에 속하는지 생각해보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김사과 작가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있는 집 자식들이에요.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렇게 어긋난 걸까요?"
모임에서 이 말씀이 기억에 남아 적아두었어요. 풀이 눕는다의 ‘나’를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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