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선정이유]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문지스펙트럼 시리즈 때문에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는데요. 이번에 아르테에서 뒤라스의 초기 대표작을 처음으로 출간한다고 해서 왠지 모를 기대감이 있었어요. 고전이긴한데 또 신작인 그런 묘한 느낌…! 아르테에서도 이 책으로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했다고 하니 이야기 나눌게 많은 책일 것 같아서 선정해보았습니다!
[독서 소감]
제목과는 반대로 계속해서 무기력하고 권태로운 삶들이 보여져서 의외였지만 오히려 그 간극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롬이 죽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사건 이후 표면적으로 인물들은 꽤나 차분하게 일상을 보내는데요. 하지만 가족들이 평온한듯 보여도 더이상 그 사건 이전으로 돌아갈 수없음이 느껴져서 작가가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 좀 감탄했던 것 같아요…! (이미 첫문장부터 인물들은 평온한 삶과 멀어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프랑신이 모든 것에 무력함을 느끼고 초연한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왠지 모르게 제가 요즘 느끼는 감정들이라 많이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나와 관련된 일들마저 제3자의 일처럼 느끼고 의지를 잃어버리는건 위험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책을 덮고 생각해볼게 많아서 여운이 남는 게 오랜만이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작가/작품 서치]
1900년대 초에 베트남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뒤 프랑스로 돌아가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가 가족관계에서 느낀 불안함과 절망이 초기 대표작인 이 책에서 잘 드러있는데, 1942년에 이 책을 쓸 당시 첫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오빠가 전쟁에서 사망하였다. 동시에 새로운 연인을 만난 해이기도 했다는데 그게 티엔이라는 인물을 만드는데 영감이 되지 않았을까..(짐작). 작가에게 많은 심적 변화가 있었던 시기에 쓴 작품.
경력 초기에는 리얼리즘 계열의 소설을 써냈으나, 이후로는 작풍을 바꿔 추상적인 심리 묘사, 암시적인 대화의 사용 등의 기법이 들어간 매우 사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극히 자전적인 내용이 섞여 들어간 소설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설은 일평생 사랑에 대한 탐구가 돋보였으며 인간의 정열·사랑·행동의 심연에 대한 미묘한 관계 추구, 부재와 사랑, 고통과 기다림, 글쓰기와 광기, 여성성과 동성애의 기이한 결합 등 다양한 사랑의 변주들을 주제로 해 작품들을 써왔다.
때문에 기억이나 감각에 따라 글을 쓰는 프랑스 문학사조 소설가 중 한명으로 꼽혔으나 뒤라스 본인부터가 그러한 분류를 거부한만큼 어린 시절 기억이나 나이차 많은 자신의 연인과의 관계가 반영되어 있는 등, 좀 더 자전적 요소가 매우 많이 투영되어있고 특유의 반복과 비정형적인 문장이 자유롭게 구사된 독특한 글쓰기에 가깝다.
[인상깊은 구절]
나는 아무도 아니었다. 이름도 얼굴도 없었다. 8월을 뚫고 가 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 발걸음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고, 그 어떤것도 내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 존재는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았다. 협곡 아래서 8월의 것들, 죽음의 것들을 다 아는 살아 있는 개구리들이 울어 댔다. p.61
나에 대한 상념 역시 차갑고 멀다. 내 밖의 어딘가에서, 태양 아래 있는 모든 사물 중 하나처럼 평온하게 웅크려 자고 있다. 나라는 형태 속에 사람들이 내 것이 아닌 이야기를 부어 놓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지니고 다닌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맡을 때처럼 진지 하고 무관심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온전히 머무를 수 있는 나만의 사건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때가 오면 나는 나의 실패들을, 나의 보잘것없음을, 그리고 지금이 순간을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는 소용없는 일이다. p. 116
계속 더 깊이 틀어박히고 싶고 숨고 싶고 혼자 있고 싶다. 점점 더 커지는 침묵속에서, 음험하게, 나 자신과 단둘이 마주 보고 싶 다. 사람들을 견디기 힘들다.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전에는 바로 그들처럼 편안하고 시끄럽고 꼴 보기 싫게 만족스러워하면서 웃고 말했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p.135
권태가 남았다. 매번 바닥까지 내려갔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다. 권태의 밑바닥에는 늘 새로운 권태를 만들어 내는 샘이 있다. 권태를 통해 살아갈 수도 있다. 나는 때로 새벽에 잡이 깨서 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본다. 사물을 부식시키는 힘이 너무 강한 흰색의 빛 앞에서 밤은 무력하기만 하다. 바다가 퍼트리는, 너무 순수해서 숨 막히게 만드는 습기 찬 상쾌한 기운이, 이어 새소리가 방으로 들어온다. 그럴 때, 말할 수 없다. 그릴 때, 새로운 권태를 발견한다. 전날보다 더 멀리서 온, 하루가 더 담긴 권태다. p.143
나는 내 피로를 느끼느라 다른 겨를이 없다. 너무 더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땀이 내 피부를 뚫고 나오고, 몸이 시원해진다. 시원한 기운때문에 몸이 저린다. 이 열은 감미롭다. 정말 감미롭다. 이 계절이면 내리고 그치기를 되풀이하는 감미로운 비를 닮았다. 곧 겨울이 시작되리라.나는 잔다. 다가올 사건들이 어떤 것이든 나는 기쁘지도 슬프 지도 않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미 내 자리를 골랐다. 나는 내 자리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 할 일이 없는 곳에 있다. p.180
[대화주제]
- 해설에 따르면 프랑신이 니콜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거의 근친에 가깝다고 설명하는데 여러분은 읽는동안 그렇게 느꼈나요?
[발제]
- <평온한 삶> 의 제목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 평온함에 대해서도 말해보고싶어요. 이 책에서는 여러 인물이 죽고 나서야 평온함이 찾아오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평온함엔 어떤 권태와 죄책감등 여러감정이 서려있는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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