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선정 이유]
사실 이 책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매를 한 책인데요...(까마득)
일단 첫번째 이유로는 '읻다'라는 출판사의 책을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토끼 표지의 MBTI 소설집이 나온 곳이라고 하면 다들 아실 것 같아요. 최근에는 <여름기담>이라는 파격적인(?) 표지 디자인의 호러 소설집이 나왔었는데... 참신한 기획물이 기대되는 출판사 같아서, 맛보기로 '아는 작가'의 장편소설 한 권을 골라 보았어요.
그리고 두번째 이유로는 한국 설화가 담긴 책을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언제부터 유행이 시작됐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혹시 신비아파트가 계기인가?) 꽤 한참 전부터 어린이책 성인책 구분할 거 없이 한국/아시아 설화나 귀신, 요괴 같은 것들을 소재로 한 도서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오싹오싹 무시무시st... 구미호의 뻔한 인식을 어떻게 풀어나갔을지 궁금해서 정보라 작가의 <호>를 선정했습니다.
[독서 소감]
한 자리에서 후루룩 읽은 것 같아요. 처음 읽을 때는 너무 재미있고 다음이 궁금해서 못 멈추겠어~ 이러면서 읽었는데, 완독 후 천천히 생각해 보니 이야기가 좀 단순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구미호인 것을 알면서도 지은을 사랑하는 기준과, 기준을 사랑해 몇 번이고 그 앞에 나타나는 지은,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반대하는 할무니...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나올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작가의 <저주토끼>를 읽었을 때는 여러 장면이 며칠 동안 계속 머리에 맴돌 만큼 기괴하고 강렬했던 반면에, 이 책은 그리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더라고요. 로맨스를 좀 강하게 버무린 것 같았어요. 어쨌든 사랑 이야기니 그렇겠지요~ 아 그리고 구미호인 지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보고 싶기도 하네요... 죽지 않고 살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 왔는지, 기준은 뭐가 그리 달랐는지 들어 보게요...~ 기준도 처음엔 목숨 준다 했다가 결국 안 줬는데... 쩝
[작가/작품 서치]
연애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니에요? 깔깔 웃다가도, 갑자기 등골이 서늘한 거요.
구미호 설화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다. 그동안 작가의 약력에서만 존재했을 뿐, 디지털문학상 수상 이후 종 선인세 500만 원을 받고, 계약서까지 작성했지만 아쉽게도 출간은 이뤄지지 않았다. 작가의 미발표작으로 남을 뻔했으나 올해 4월 예스24 크레마클럽을 통해 최초로 공개되었다.
2008년 외할머니는 뇌출혈로 쓰러졌고 당시 러시아에 머물던 그는 급히 귀국했다. 병원에 가려면 지하철로 편도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중환자실은 하루에 두 번, 30분씩만 면회가 가능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두 시간 가면서 할머니에 대해서 생각하고, 두 시간 걸려서 집에 돌아오면서 울었다. 그 오고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간절하게 상상했다. 이때 외할머니와 ‘전설의 고향’ 구미호 편을 보던 기억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공포 설화를 현대적인 로맨스로 바꿔 작품을 쓰면 어떨까 싶었다. 또 외할머니가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도 싶었다. 소설을 생각하면서 현실도피를 하고 조금은 스스로 위로했던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각조각 궁리하던 이야기들은 나중에 장례를 치르고 나서 단숨에 완성했다.
"‘호’가 저장장치 속에 잠들어 있는 동안 내 이름을 달고 처음 출간된 단행본은 2010년에 나온 ‘문이 열렸다’(파란미디어)였다. 지금은 절판되었는데, 어떤 조건에서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떤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달걀귀신이 돼 버리는 사람이 연애하는 이야기이다. ‘호’도 초자연적인 존재와 연애하는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이 시기에 나는 무척 연애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인상깊은 구절]
당신을 위해서, 사람이 되고 싶었어. 해치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과 평생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걸, 나도 해보고 싶었어, 그 사람이 당신이라서. p.189
그렇게 할머니를 구하고 나면, 나는 그녀와 함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사랑하는 가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 다가올 노년과 질병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머무르며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로, 오로지 꿈결처럼 몽롱하게, 그녀만을 좇으며, 그녀에게만 몰입한 채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그녀와 보냈던 시간의 기억을 나는 대부분 잃었지만, 그 맹목적인 몰입이 주던 행복감은 기억한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이 그립다. p.205
[대화주제]
- 구미호는 왜 항상 사람이 되고 싶어 할까요?
- 기준에게 나타난 세번째 지은... 기준은 세번째 지은과 결혼을 약속할까요?
두번째 지은에게 그랬듯이 결국 구미호 이야기를 꺼내고 말까요?
[발제]
-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홀리는 것은 다른 걸까요?
그리고 꼭 구미호가 아니라도 유독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나쁘게 말하자면 '지팔지꼰'이라는 거...
사랑하는 걸까요, 홀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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