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선정 이유]
한동안 일기쓰기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지인의 책 후기를 읽고 알게 된 책이었어요. 제가 일기쓰기를 너무 무겁게 대하고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기를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는데도 해소가 되는 느낌이 든다거나 마음이 정리가 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어떻게 써야할까 늘 궁금하고 막막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올해는 유독 일기쓰기와 관련된 글을 다양하게 읽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남들은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이 책도 일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 고르게되었습니다.
[독서 후기]
결론적으로는 제가 생각했던 분위기의 내용과 전혀 다른 책이었어요. 저는 가볍게 일상을 지내며 일기쓰기 수업을 하는 주인공을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주인공의 사연이 깊고 진했던 것 같아요. 시대적 배경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떠오르기도 했네요.(어릴적 사연이어서인지 황정은 <연년세세>, 최은영 <밝은 밤> 도 떠올랐어요.) 만약 일기쓰기 수업없이 주인공의 이야기로만 쓰여졌다면 조금 더 무겁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중간중간 일기쓰기 회원들과의 대화가 분위기를 한번씩 가볍게 환기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고 느껴졌어요.
그리고 언젠가 저에게 일기쓰기를 추천했던 사람 중에 소설쓰듯 일기를 써보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읽는 내내 그 분 생각이 났어요. 이런 방식으로 일기를 쓰는 것도 나를 한걸음 멀리 떨어져서 보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았던 구절]
- 자신과의 거리가 0일 때 우리는 그것을 문제적이라고 합니다. 의사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자신과의 거리가 0을 지나 음수에 수렴하는 중이었다.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서 외부의 모든 작긍르 차단하고 내면의 동굴로 걸어 들어간 패배자였다. p.15
- 당신의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 p.23
- 할머니가 지나온 계절은 어린 시옷이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무수했을 텐데, 그 계절은 모조리 짧고 눈 깜짝할 새 이별은 영영이라고 큰 고모가 할머니 영정을 향해 따지듯이 울부짖었다. p.308
[작가/작품 리서치]
* 이주혜
번역가이자 소설가.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치우침 없이 공정한 번역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어로 된 문학 작품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기는 데 관심이 많아 아동 작가로 활동하면서,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아동서 및 자녀 교육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59801
2023년 12월 20일,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인터뷰
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에서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쓰려 하는 '나'에게 '일기쓰기교실'의 동료는 그 일은 오래된 일이라고 말합니다. 2023년 겨울 영화 <서울의 봄
www.aladin.co.kr
Q :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에서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쓰려 하는 '나'에게 '일기쓰기교실'의 동료는 그 일은 오래된 일이라고 말합니다. 2023년 겨울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중인데요, 이 영화도 오래된 일을 다시 말하고 싶어하는 영화입니다. 잊지 않고 계속 기록하는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 인물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잊지 않고 계속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말씀이 어쩐지 위안이 됩니다. 기억에 관해서는 일본의 페미니스트이자 아랍문학전공 학자 오카 마리의 『기억 서사』의 한 구절 “사람이 무엇인가를 떠올린다고 할 때, 사람이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사람에게 도래하는 것이다”에 많이 기댔습니다. 오카 마리의 책을 읽다 보면 기억은 망각을 피하는 책무가 되고 기억의 재현에는 윤리가 따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꾸어 말하면 소설 쓰는 사람으로서 저는 기억할 의무가 있지만, 그 기억을 소설로 쓸 때는 재현이 폭력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겠지요. 그래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자신의 기억을 ‘허구’가 아닌 ‘일기’로만 진술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요약해서 답변을 드리자면 소설의 인물은 자신의 기억을 기록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타인을, 시대를, 역사를 기억하고 마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건 작가로서 제가 바라는 궁극의 행위이기도 합니다.
Q : 번역하는 사람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이주혜 작가가 번역한 책 중 이 소설을 읽은 독자가 이 책도 살펴주셨으면, 하는 책이 있을까요?
A :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작업한 역서가 먼저 떠오르네요. 에세이스트이자 회고록 작가 비비언 고닉의 비평 총서 『멀리 오래 보기』입니다. 제게 고닉은 개인의 실제 경험을 1인칭으로 전달하면서도 반드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을 누비는 ‘페르소나’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 ‘1인칭의 작가’입니다. 고닉의 관점으로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을 본다면, 소설의 화자 ‘나’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대신 씩씩하게 진술해줄 페르소나 ‘시옷’을 발견한 게 아닐까요? 그 시옷이 힘겹게 통과한 ‘상황’은 야만과 폭력과 혐오의 시대였던 80년의 봄이겠고요. 『멀리 오래 보기』는 고닉이 읽고 바라본 여러 책과 작가와 시대를 고닉의 관점으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책인데요.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관점’을 찾기 위해 평생 읽고 쓰고 바라본 거장의 50년을 더듬어볼 수 있고, 더불어 우리의 진정한 관점이 무엇일까 한 번쯤은 고민해보게 됩니다. 읽고 쓰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여기 속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Q : 곧 새해입니다. 새해 다짐으로 결심하는 우리들의 목표 중 하나로 '일기쓰기'도 있을텐데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라는 말에 기대어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에 도전할 독자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 일기는 의외로 자신을 객관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기의 독자는 우선 자기 자신이잖아요. 장담하건대 일기를 쓰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어보면 굉장히 낯선 ‘나’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 ‘나’가 낯설수록 우린 과거의 나와 제대로 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일기 쓰기를 권장하는 것처럼 소설에 썼지만, 저는 일기보다는 한 달에 한 번 월기를 씁니다. 매월 말일에 그달의 달력과 플래너를 펼쳐놓고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고, 어떤 다행과 불행이 있었는지 복기해 봅니다. 그리고 간략하게 한 달의 기분이랄지 소회 같은 것을 기록하지요. 한 달이라는 거리를 두고 바라본 ‘나’는 그 순간보다는 조금 덜 불안하고, 덜 슬프고, 덜 까불어요. 이렇게 한 달을 조금 차분하게 바라보고 나면 다음 달로 들어갈 용기가 또 샘물처럼 얕게 고이더라고요. 결국, 일기든 소설이든 제게 쓰는 행위는 다음으로 넘어갈 힘을 쥐어짜는 안간힘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독자 여러분도 일기든 주기든 월기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스스로 힘을 주는 글쓰기와 함께 새해 맞이하시길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기원합니다. 2024년에도 우리, 나란히, 함께, 읽고 써요.
https://ch.yes24.com/Article/View/51610
[책읽아웃] 읽는 행위가 제 일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G. 이주혜 소설가) | 예스24 채널예스
읽는 행위가 제 일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읽는 행위 자체가 번역이 되기도 하고 세계를 해석하는 작업이기도 하니까요. (2022.09.08)
ch.yes24.com
황정은 : 작가님의 단편에서는 불화의 전면에 자주 모녀 관계가 등장을 합니다. 「봄의 왈츠」에서처럼, 모녀 관계를 이렇게 정의하는 말이 나오는데 '끊임없이 서로를 원망하면서 착취해야만 굴러'가는 관계라고 묘사가 되거든요. 딸들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의 근원에,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버지'가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많이 말하지 않고, 직접 대면하면서 딸을 원망하고 딸에게 분을 풀고, 모진 말을 하는 존재로 작가님은 '어머니'를 자주 쓰셨어요.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이주혜 : 모녀 관계는 너무 붙어 있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작년부터 가장 많이 고민하는 주제이기도 한데요. 모녀 관계 혹은 모녀 서사. 어느 한 가지 틀로 말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모녀의 모습이 있지만, 어쨌든 공통점이라면 이 둘이 한 몸이었던 시절이 분명히 존재하고. 아버지와 딸 또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한 몸이었던 시절이 분명히 존재하죠. 그리고 어머니의 몸 바깥으로 나왔을 때부터 완전한 분리도 사실은 불가능하죠.
굳이 프로이트나 정신 분석학 이론을 끌어오지 않아도, 우리가 딸로서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면 느껴지는 공통된 감정들이 있는 것 같아요. 되게 복잡해서 오히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굉장한 복잡함이요. 너무 가까워서 붙어 있어서 이런 감정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마냥 미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사랑하는 사이인 것 같지도 않고, 이런 복잡하고 징글징글한 모습들에 대해서 제가 또 엄마가 되어 보니까 딸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을 때하고 또 다른 생각들이 들더라고요. 이 관계는 저도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너무 복잡하고 너무 뿌옇고 정말 진흙탕 같은 그런 느낌을 줘요. 그래서 모녀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쓸 이야기가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발제]
- '당신의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
시옷은 일기쓰기를 통해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을까요?
아니라면 그 기억에서 어느정도 벗어났을지, 남은 마음들은 어떻게 처리해야될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 여러분은 어떨 것 같나요..?
현재의 나를 괴롭히는 과거의 내가 있다면, 그 상황을 똑바로 마주보고 글을 써내려갔을 때 과거의 나와 온전하게 헤어질 수 있을 것 같나요?
[대화주제]
- 일기쓰기를 배우는 모임이 있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나요? (모두의 앞에서 일기를 읽어야한다면...)
- 이 모임에서는 각자 닉네임을 사용하는데요, 만약 어떤 모임에서 닉네임을 써야한다면... 무엇으로 할건가요?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김화진] 사람 사이 사랑 (2) | 2024.07.31 |
|---|---|
| [사랑 파먹기/권혜영] 지치지 좀 않게 해 주세요 (6) | 2024.07.05 |
| [밤의 피크닉/온다리쿠] 밤에는 걷기 (3) | 2024.06.05 |
|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3) | 2024.05.21 |
| [제후의 선택/김태호] 주체적인 약자의 시선 (2) | 2024.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