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p,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가오는 것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73p,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느낀 기분이었는데, 기습적이었기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무력하게 느껴졌다. 권위있는 어른 앞에서 가끔 이렇게 될 때가 있었다. 좋은 배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난 흠잡을데 없는 사람들 아에 설 때. 그녀는 곧 어떤 질문이 나오리라는 걸 예감했고, 그에 앞서 자신의 표정과 마음을 준비시키려 했다.
80p, 현기증이 일어나는 순간이 있다. 현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채 인식하지도 못했던 광경이 갑자기 빛을 비춘 듯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낼 때.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그조차 허락되지 않을 때.
모든 첫은 어렵다. 다시. 모든 오지 않은 것은 두렵다. 현실이 첫을 만나 오지 않은 것이 비로소 왔을 때, 다시. 현실이 감은 눈을 뚫고 비로소 실루엣이 실체로서 다가올 때, 내가 지어야 할 표정에 대해 고민한다. 쓴웃음을 짓거나 입술을 씹기로 한다. 내가 숨어야 할 공간에 대해 생각한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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