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선정이유]
저주토끼부터 호,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까지... 어쩌면 저는 정보라 작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SF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한국 작가가 썼으니 당연히 한국 SF겠지만 그 안에서도 특별한 결을 가진 작품이에요... 꽤 오랫동안 독서에 흥미를 잃고 있다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서 이 책을 골랐습니다. 정보라의 소설은 좀 다른 의미로 자극적이면서 다른 방식으로 독자를 흔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독서후기]
몰랐는데 이 책,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겨울 작가가 추천했더라고요. 지금에서야 알았네요. ㅋㅋㅋㅋㅋ작품 리서치 들어가기 전에 추천 영상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목차 펼치자마자 온갖 해양 생물들 이름이 적혀 있어서, '얘네가 외계인이 되어 지구를 침공하는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사실은 인간이 그러고 있었던... 미안해 바다야...
자전적 요소가 담긴 소설이라 그런지 더 현실감도 다가왔고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던 노동법에 대해(나도 노동자이지만),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환경 파괴에 대해서도 곱씹게 됐어요... 소설을 읽으며 또 한 번 내가 세상에 너무 무관심했지 않나 반성하게 됐네요.
[작가/작품 리서치]

* 지난 2020년 포항 출신의 남편을 만나 이곳에 살며 경험한 일을 고스란히 담은 SF 단편집. 포항 죽도시장부터 영덕, 구미 등 대구경북(TK)권을 배경으로 함.
* 모두 포항의 해양 특산물을 주인공으로 삼음.
* "서울에서 나고 자라선지 해산물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남편이 해산물을 와구와구 먹는 모습에 신기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해산물 시리즈를 써보자 생각했죠."
* "현재 남편이 된 옛 위원장님하고 연애할 때 그가 바다생물을 멸종시킬 기세로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은 외계인이 쳐들어오더라도 문어 같이 생겼으면 그냥 먹어버릴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외계 문어를 먹는 이야기를 썼다"
* "남편이 엊그저께 퇴원했거든요. 지금 통화도 옆에서 들으면서 계속 추임새를 넣고 있어요. 요즘 오징어, 문어 포획량이 줄어 어민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꼭 써 달라네요…."
* 정 작가는 "장르문학이라 해도 결코 삶과 분리하기 어렵다"면서 "제가 사랑하고 인상깊었던 주변의 이야기를 계속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 소설 곳곳에 웃음코드가 있지만 지극히 가벼이 넘길 주제는 아니다. 정 작가는 지난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라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향하는 여정에 길거리에서 사탕을 팔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일들은 나를 화나게 만들고, 화가 날 때 글을 쓴다"라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그는 가자지구 학살 반대 성명을 낭독하는 자리에 함께했고, 폴란드 크라쿠프 중앙광장에서도 팔레스타인 내 집단 학살을 규탄하는 시위에 함께했다.
* '정보라' 세 글자의 이름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글 속에 살지 않고 실제 거리에 나가 땡볕과 추위, 억압을 견디며 목소리를 내 온 작가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았던 구절]
*
[발제]
"권력기관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의 생명조차 존중하지 않아요. 인간이 아닌 생물도 똑같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떠나요. 잔인한 권력이 쫓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요. 가서 행복하게 살아요."
그리고 나는 울었다. 비인간 생물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인간이 망쳐버려 살 수 없게 된 바다, 부서진 해저, 죽은 땅과 도망칠 곳 없이 좁아져버린 지구가 한없이 미안했다. 그러나 우는 것 외에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중략) 그리고 에브게니는 마침내 동의했다. - 84p
초반 단편에서는 주인공도, 에브게니도 무력감에 빠져 모든 걸 포기하는 듯 보였는데요.
그런데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해양 생물과 검은 덩어리를 계속 마주하게 되죠.
그럴수록 점점 더 강인해지고, 자신이 처한 현실과도 맞서기 시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노동법과 싸우듯 해양 생물과의 관계에도 어떤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한 걸까요.
읽다 보니 인간이란, 생물체란 결국 모든 걸 '나'를 중심에 두고 이해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이든 사회 문제든, 직접 체감하거 나서야 외면하지 않고 움직이든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나 자신은 과연 어떤 사건에 대해 '진짜'로 마음먹고, 행동했던 적이 있었나...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 싶네요.
[대화주제]
* 어린 선우의 기개가 대단하다...
* 미세플라스틱에도 먹이사슬이 있다는 점... 아실까나요?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면 플랑크톤이 자기도 모르게 미세플라스틱을 먹이고 착각해 삼키고, 이 플랑크톤은 물고기나 문어 같은 해양 생물에게 잡아먹히고, 그 해양 생물들은 어부에게 잡혀 우리 식탁 위로 옵니다. 그러니까... 인과응보라는 말이지요. 자 이제 플라스틱 얼마나 쓰고 있는지 반성해 봅시다...
* 마지막 구절에 대해 이야기 합시다.
'누가 뭐래도 바다는 우리의 것이다. 우리가 지켜야 한다. 남편과 나는 손을 찹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내가 되는 꿈/최진영] 나로 살겠다는 각오 (7) | 2025.09.23 |
|---|---|
| [파이널걸 서포트그룹/그래디 헨드릭스] "파이널걸 서포트그룹에 온 것을 환영해" (4) | 2025.07.08 |
| [코뿔소/외젠 이오네스코] 앗! 코뿔소다! (3) | 2025.03.27 |
| [비눗방울 퐁/이유리] 그토록과 이토록 (6) | 2025.02.24 |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김화진] 사람 사이 사랑 (2) | 2024.07.31 |